말실수
Kaiserhof ·
작성일: 2018.02.06 23:373,99622
최근에 남산 근처, 숙대가 바로 건너편에 보이는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습니다.
일이야 뭐 돈 안 되는 일을 하고 사는 프리랜서이므로 기한 맞춰서 작업물 보내주면 되니까, 중간 중간에 밖으로 나와서 동네 돌아보거나 삼청동과 인사동 갤러리들을 돌아보면서 보라는 그림은 안 보고 꽃들만을 보고 댕기고 있습니다. 근데 숙대 처자들은 끝나면 바로 집에 들어가는 바른 생활 처자들인지 방학 전에도 많이 안 보이더라구요.
어쨌거나 최근 동네에 카페라떼가 싼 카페를 알게 되어서 자주 다니면서 거기에서 일 좀 하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. 뭐 솔직히 카페라떼는 딱히 잘 하는 데를 보지 못해서 그냥 싼 집이 낫다고 생각합니다. 어쨌든 이건 쓸데없는 소리니까 무시하시고.
그 카페에는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좀 색기 있는 아주머니가 사장으로 있더군요. 젊었을 적에는 좀 잠자리에서 왠만한 사나이들을 고추잠자리로 만들었을 법한 아주머니입니다. 소세지 좀 드셨을 법하게 생기셨더라구요.
계속 드나들던 어느날, 문 닫을 시간은 되었고 해서 나가려고 하는데 아주머니가 “아직 손님들 많으니까 좀 더 있다가 가요”라고 하는 겁니다. 물론 제가 거기서 제 개인 일이랑 독서 같은 거 하고 나가는 거 아시니까, 그날 따라 손님들이 문 닫을 시간이 되었는데도 안 나가니까 있다가라는 의미겠죠.
그런데 순간 실수로 흑심이 담긴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.
“다음에 시간 되면 자고 갈게요.”
다행히 서로 웃어 넘겼고 아주머니가 흑심을 읽어내지 못한 건 다행이었는데, 요즘 벼라별 일이 벌어지는 세상인지라 순간 염통이 쫄깃해졌네요.
덧. 삼청동 근처 갤러리들에는 꽃들이 사계절 만개하고 있네요. 그 근처 보석상들에는 괜찮은 그림들이 걸린 집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곳에도 아름다운 꽃들이 많더라구요. 그냥 감상만 하시러 가도 나안 시력이 매우 좋아질 거 같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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